글쓰는 휠체어 여행가 이야기-① 그래도 가족이 행복이다

맑은센터
2024-02-08
조회수 44

글쓰는 휠체어 여행가 이야기-① 그래도 가족이 행복이다

  • 기자명칼럼니스트 박혜정
  •  
  • 입력 2024.02.07 12:52
  •  
  • 수정 2024.02.07 14:10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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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5년 2월 나와 내 동생, 내 친구와 친구의 동생 이렇게 4명이 북경을 가려다 중국 비자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 대만을 가게 되었다. 나와 내 동생, 내 친구도 자기 동생이니, 말하자면 서로 가족끼리 같이 가게 된 거였다.

그때 이상하리만큼 대만의 2월은 비가 많이 왔다. 우리 네 명은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나름 재밌게 여행했다. 그런데 서로 가족과 여행을 함께하니 크게 화나는 일이 아니었지만, 툭탁툭탁 하는 일이 생겼다.

아마도 그 여행에서 내내 비가 오니 활동이 아무래도 제한되는 게 많았다. 하고 싶은 것도 비가 와서 못 하게 되니 짜증이 좀 났었던 것 같다. 그런데다 어떤 사찰을 갔는데, 휠체어가 전혀 들어갈 수 없어서 나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.

2005년 2월, 여행 내내 비가 내렸던 대만을 동생과 함께 갔던 여행. ⓒ 박혜정2005년 2월, 여행 내내 비가 내렸던 대만을 동생과 함께 갔던 여행. ⓒ 박혜정

여행 중 내 휠체어는 거의 다 내 동생이 나를 밀고 다녔다. 그런데 길을 건너려고 하다가 앞에 작은 턱을 못 보고 그냥 밀어서 내 몸만 앞으로 굴렀다. 그 건널목에서 빗길에 구정물 투성인 땅바닥에 철퍼덕 내동댕이쳐진 것이다.

그렇게 된 나 자신도 싫었지만, 동생한테 짜증과 화가 치밀었다. 나는 동생에게 있는 대로 짜증을 부렸던 것 같다. 앞에 못 봤냐며,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휠체어를 밀었냐며… 그렇게까지 화를 낼 것도 아니었고, 동생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말이다.

친구와 친구 동생, 내 동생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앉아서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. 옷도 완전히 젖어서 더러워졌고, 기분도 엉망진창이었다. 그 엉망진창인 기분을 동생에게 그대로 전해줬음은 정말 아직도 미안하다.

2007년 유럽 9개국 성지순례 여행을 엄마랑 같이 갔을 때다. 엄마는 당연히 나만 챙기셨고 계속 내 휠체어를 밀고 다니셨다. 그런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관광지는 정말 대부분 휠체어가 가기 어려운 돌길이었다.

엄마가 조심해서 다니셨지만, 시간에 맞춰 어딘가 가야 해서 빨리 가기 시작했다. 옛날 고장 난 리어카를 타고 가는 기분이랄까. 울퉁불퉁 돌길을 휠체어를 타고 빠르게 가니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.

도착했을 때 내 발가락에서는 피가 나고 있었다. 정신없이 가는 동안 샌들을 신고 있던 내 발이 휠체어 발판 아래로 떨어진 채로 울퉁불퉁 돌길에 계속 발이 치였던 것이다.

아무 감각도 느낌도 없는 내 발가락이지만, 피를 본 순간 엄마한테 짜증과 화가 확! 치밀어 올랐다. 동생에게 냈던 화의 몇 배를 엄마에게 냈던 것 같다. 엄마한테는 오만 짜증과 화를 다 퍼부어도 되는 것처럼, 못난 딸은 그렇게 화를 내었다.

2007년, 유럽 9개국을 엄마와 함께 갔던 여행. ⓒ 박혜정2007년, 유럽 9개국을 엄마와 함께 갔던 여행. ⓒ 박혜정

난 가족한테는 제일 못 해주고, 남들한테 잘하는 사람을 아주 싫어한다. 그런데 가족은 매일 보는 사람이고, 너무 편해서일까. 가장 날 이해해줄 것만 같은 기분일까. 그렇다고 해도 화내고 못되게 하고 짜증을 내면 안 되는 거다! 그걸 알면서 잘 안 되는 나도 똑같은 사람인가 보다.

사랑하는 남편에게도, 소중한 아이들에게도 화를 내고 함부로 하면 안 되는데, 지금까지도 반성하고 있다.

한 8년 전까지 육아 우울증에, 내가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힘드니 그 화를 남편과 아이들에게 늘 내고 살았던 것 같다. 그때는 남편과 아이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.

남편과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말이다. 그걸 깨닫기가 참 힘들었다.

다음 편에 <계속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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